신경치료한 어금니가 다시 아플 때
신경치료를 받았던 어금니가 다시 아프면 재신경치료를 검토합니다. 판단 기준은 통증과 잇몸 고름주머니 두 가지예요. 이 케이스는 크라운을 열어 오염된 근관을 다시 치료하고 지르코니아 크라운으로 마무리한 뒤, 1년 6개월 뒤 파노라마에서 뿌리 끝 염증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진료를 정직하게, 선한 영향력으로 더 나은 가치를 꿈꾸는 마곡 치과 쏙쏙 치과의사 박상억입니다.
신경치료를 받은 어금니가 몇 년 뒤에 다시 아프기 시작하면, 환자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걱정이 있습니다. "이건 이제 뽑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늘 보여드릴 케이스는 그 질문에서 시작해서, 1년 6개월 뒤의 사진으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재신경치료는 치료를 마친 그날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뿌리 끝 염증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순간에 결과가 나오거든요.
1. "왼쪽 아래가 아파요"

첫 내원 때 찍은 파노라마입니다. 왼쪽 아래 첫 번째 큰어금니(#36) — 이미 신경치료를 받고 크라운이 씌워져 있던 치아입니다. 그 뿌리 끝을 보시면 주변 뼈가 검게 비어 보이죠. 뿌리 끝에 염증(치근단 병소)이 자리 잡았다는 신호입니다.

치료 전 아래턱 교합면 사진입니다. 겉에서 보면 크라운이 멀쩡하게 잘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환자분은 통증을 느끼고 계셨습니다.
문제는 전부 크라운 안쪽과 뿌리 끝에 있었는데요.
여기서 환자분들이 가장 의아해하시는 게 있습니다. "신경치료를 이미 했는데, 신경도 없는 치아가 왜 아파요?" 제가 진료실에서 늘 드리는 설명은 이렇습니다. 신경은 쉽게 제거되는데, 세균은 쉽게 제거되지 않습니다. 신경치료는 신경을 빼내는 것으로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 신경관 안의 세균을 소독으로 줄여 나가는 치료예요. 그런데 어딘가에 남아 있던 세균이, 혹은 나중에 틈으로 다시 들어온 세균이 조금씩 꾸물꾸물 다시 자라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위는 크라운으로 꽉 막혀 있으니, 늘어난 세균이 갈 곳은 뿌리 끝 구멍 하나뿐이에요. 그 길로 뼈까지 내려가 염증을 만듭니다. 파노라마에서 뿌리 끝이 검게 비어 보였던 자리가 바로 거기예요. 그러니까 아픈 건 신경이 아니라 뿌리 끝을 둘러싼 뼈입니다. 신경이 없는 치아가 아픈 이유가 여기에 있고, 그래서 문제도 겉이 아니라 크라운 안쪽과 뿌리 끝에서 찾아야 합니다. 세균이 어느 길로 들어왔는지는 대개 둘 중 하나예요.
처음 치료할 때 충치 제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 그리고 내부를 채운 코어와 치아 사이의 미세한 틈으로 세균이 스며든 경우입니다.
2. 다시 손을 대야 하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재신경치료(re-endo)를 결정할 때 제가 보는 기준은 딱 두 가지입니다.
- 통증 — 환자분이 실제로 느끼는 증상이 있는가
- 잇몸 고름주머니 — 뿌리 끝 염증이 잇몸으로 배출되어 고름주머니를 만드는가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재신경치료를 고려합니다. 반대로 말씀드리면, X-ray에서 뿌리 끝 염증만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다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 없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치아도 있으니까요. 이 환자분은 하루 반 동안 이어진 통증이 있었고, 그래서 기준에 들어왔습니다.
이 환자분은 세균이 어느 길로 들어온 경우였을까요? 그건 크라운을 열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3. 크라운을 열자, 안쪽이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기존 크라운을 제거한 직후의 모습입니다. 내부가 오염되어 있고, 충치가 남아 있는 것이 그대로 보이시죠. 겉에서 보이던 멀쩡한 크라운 아래의 실제 상태입니다.
여기서부터 재신경치료가 시작됩니다. 기존에 채워져 있던 재료를 전부 걷어내고, 세 개의 신경관(협측·설측·원심측)의 길을 뿌리 끝까지 다시 찾아 들어갑니다. 한 번 치료했던 길을 다시 여는 작업이라, 처음 하는 신경치료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4. 신경치료의 성패는 '격리'에서 갈립니다

러버댐과 클램프를 걸고, 치아 옆면에 임시벽(G.I wall)까지 세운 상태입니다. 신경치료 중에는 치아 내부와 입안을 완전히 갈라놓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침 한 방울이 들어가면 그 안에 세균이 함께 들어가니까요. 애써 소독한 신경관을 다시 오염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소독액(NaOCl)을 채우고 세척하는 중입니다. 액체 위로 기포가 올라오는 게 보이시나요? 신경관 안에 남아 있던 유기물이 녹으면서 생기는 반응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예요.
소독을 충분히 마친 뒤의 근관 내부입니다. 오래 눌러앉은 변색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정도면 마무리해도 될 만큼 오염은 제거된 상태입니다.
5. 재신경치료 완료 후 사진. 모든 신경관이 뿌리 끝까지 채워졌는지

다음 방문에서 최종 근관충전을 마치고 찍은 X-ray입니다. 신경관 세 개가 모두 뿌리 끝까지 빈틈 없이 채워져 있죠.
제가 환자분들께 늘 말씀드리는 신경치료의 원칙은 단순합니다. 길을 찾고, 넓히고, 소독하고, 가득 채운다. 그리고 잘 된 신경치료인지 확인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 모든 신경관이 뿌리 끝까지 가득 채워진 모습으로 보이면 잘 된 신경치료입니다. 이건 환자분도 X-ray로 직접 확인하실 수 있는 부분이에요.
6. 옆 어금니는 충치가 깊었지만, 신경치료를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옆 작은어금니(#35)의 기존 금속 수복물도 제거했습니다. 수복물 아래로 이차 우식이 진행된 상태였어요. 금속 수복물 자체는 겉에서 문제없어 보였지만, 안쪽에서 충치가 다시 자라고 있었습니다.
충치를 모두 제거한 뒤의 모습입니다. 신경과의 거리가 가까울 만큼 깊었습니다. 그런데 이 치아는 신경치료를 하지 않았습니다.
깊이만으로 신경치료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는 기준은 온도에 대한 반응과 증상이에요. 찬 것에 유독 놀랄 정도로 시리거나 가만히 있어도 아픈 게 아니라면, 충치가 깊어도 신경은 살려두고 수복하는 쪽을 먼저 시도합니다. 신경 가까이에서는 기구 대신 손기구로 조심스럽게 긁어내면서 충치는 최대한 제거하고, 남은 치아는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요.
7. 좋은 보철물의 기준은 '음식물이 끼지 않는 것'까지입니다

두 치아를 지르코니아 크라운으로 수복한 뒤의 아래턱 교합면입니다.
제가 보철물을 볼 때의 기준은 높이가 잘 맞느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옆 치아와의 관계까지 긴밀해서 음식물이 끼지 않는 구조여야 좋은 보철물이에요. 잘 맞는 것을 한 단계 넘어서는 기준이죠. 사이에 음식물이 조금이라도 끼기 시작하면 그 자리의 치아가 조금씩 밀리고 잇몸도 같이 상하기 때문에, 나중에 "치실 잘 해주세요"로 넘길 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준을 높게 잡고 만들어 넣는 게 맞다고 봅니다. 두 크라운 모두 씹는 높이와 옆 치아와 맞닿는 부분을 확인한 뒤에 영구접착했습니다.

보철까지 마무리하고 찍은 파노라마입니다. 통증으로 오신 첫날부터 여기까지 한 달 남짓 걸렸습니다.
8. 그리고 1년 6개월 뒤 정기 검진 차 내원

한참 시간이 지나 다른 치아 문제로 다시 오셨을 때 찍은 아래턱 교합면입니다. 크라운 두 개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이 오늘 글의 결론입니다. 재신경치료 1년 6개월 뒤의 파노라마 — 뿌리 끝에 보이던 검은 염증 음영이 보이지 않습니다.
첫 사진과 나란히 놓고 보시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처음에는 뿌리 끝 주변 뼈가 녹아 검게 비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가 주변 뼈와 같은 밀도로 채워져 있어요. 염증이 사라진 자리에 뼈가 다시 자란 겁니다.
재신경치료의 결과는 치료를 끝낸 날이 아니라, 이렇게 뿌리 끝 염증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순간에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재신경치료를 한 치아일수록 시간을 두고 다시 찍어봅니다.
이렇게 뿌리 끝 염증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면, 재신경치료가 비로소 완전히 성공한 것입니다.
정기 검진 차 내원하신 환자분께 좋은 소식을 드릴 수 있어 기쁜 하루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신경치료한 치아가 아프면 무조건 재신경치료인가요?
재신경치료를 하면 염증이 언제 없어지나요?
재신경치료 후에는 꼭 크라운을 씌워야 하나요?
충치가 깊으면 신경치료를 피할 수 없나요?
이 사례의 결과가 모든 분께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재신경치료의 성공 여부와 뿌리 끝 염증이 아무는 정도는 남은 치질의 양, 신경관 형태, 염증 범위,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치료 후에도 증상이 남거나, 뿌리 파절 등으로 발치가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복에 걸리는 기간에도 개인차가 있어 이 사례의 1년 6개월이 모든 분께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진료 방법은 정밀 진단 후 환자분과 상의해 정하며,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신경치료를 받았던 치아가 다시 아프다면, 그 통증을 발치 신호로만 받아들이지 마시고 재신경치료가 가능한 상태인지부터 확인받아 보세요. 신경치료 실패 후 자연치아를 살린 이야기와 G.I wall로 격리한 신경치료 이야기, 깊은 충치의 신경치료 판단 기준도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근관치료 관련 의학 정보는 대한치과보존학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언제나, 신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강서구 치과 꿈꾸는 쏙쏙 치과의사 박상억이었습니다.
마곡 재신경치료가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이 필요하시면, 마곡역 4번 출구에서 42m 거리인 서울쏙쏙치과에서 진단부터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