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씹을 때만 찌릿하다면, 무엇을 의심해야 할까요?
가만히 있을 땐 멀쩡한데 씹는 순간만 찌릿하다면 치아균열증후군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 30대 남성 환자분의 어금니는 넓게 채워져 있던 무른 레진만 닳으면서 위아래 치아가 점점 깊게 물리게 됐고, 그 힘이 결국 금을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신경까지 번지기 전이라 신경치료 없이 지르코니아 크라운으로 치아를 지켰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른쪽 아래 어금니 때운 곳이 씹을 때 찌릿해요."
30대 남성 환자분이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주셨습니다. 가만히 있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데, 씹는 순간에만 찌릿한 통증 — 이 패턴,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1. 치아균열증후군이란 — 씹을 때만 아픈 이유

치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금이 가 있으면, 평소에는 아무 증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깨무는 순간 그 금이 아주 미세하게 벌어졌다 닫히면서 신경을 자극하죠.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씹으면 찌릿하다"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치아균열증후군입니다.
문제는 이 금이 X-ray에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진보다 깨물기 검사가 중요합니다. 문제의 어금니를 특정 방향으로 깨물게 했을 때 통증이 재현되면, 균열이 있다는 신호로 판단합니다. 이 환자분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그럼 왜 하필 이 치아에 금이 갔을까요? 원인을 따라가 보면 이 글의 진짜 주인공이 나옵니다.
2. 원인의 출발 — 어금니를 넓게 채우고 있던 무른 레진

치료 전 모습입니다. 문제의 어금니는 씹는 면의 넓은 영역이 레진으로 채워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레진은 치아 색과 비슷해 보기엔 좋지만, 원래의 치아 표면(법랑질)에 비하면 무른 재료입니다. 좁은 범위를 때울 때는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씹는 힘을 정면으로 받는 넓은 면적을 레진이 감당하고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3. 레진만 닳고 맞물리는 위 치아는 그대로, 비대칭적 마모
여기서 중요한 비대칭이 생깁니다. 위아래 치아는 하루에도 수없이 맞부딪히는데 —
- 위 치아는 단단한 법랑질 그대로라 거의 마모되지 않습니다.
- 아래 어금니의 레진 부분만 일방적으로 조금씩 닳아 내려갑니다.
한쪽만 계속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위 치아의 뾰족한 교두가 닳아 파인 레진 자리로 점점 더 깊이 들어와 물리게 됩니다. 맞물림이 얕을 때는 힘이 넓게 분산되지만, 깊게 물릴수록 쐐기를 박듯 치아 안쪽으로 벌리는 힘이 커집니다.
4. 깊게 물리는 힘이 만든 금
그 힘을 매일 받아내던 치아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간 것 — 이것이 이 어금니의 크랙이 만들어진 과정입니다. 균열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사고가 아니라, 무른 재료가 넓게 채워진 순간부터 예고된 결과에 가까웠던 셈이죠.
넓은 범위를 무른 재료로 때우면, 교합이 깊어지고 그 힘이 균열을 만듭니다
저희가 넓은 충치에 레진 대신 세라믹 인레이나 크라운처럼 단단한 수복을 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어떤 재료가 맞는지는 남은 치아량과 씹는 힘에 따라 달라지므로, 검사 후 상의해 정합니다.
5. 다른 어금니들은 어떤 상태일까?
다른 어금니들에도 다 충치 치료가 되어 있는 상태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치아들은 특별히 문제없이 잘 유지가 되고 있었는데요. 그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래 사진에 설명을 덧붙여 놨습니다.
- 1번 치아 — 단단한 재질의 세라믹 인레이가 되어 있어서 마모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 2번 치아 — 세라믹 인레이보다는 무른 레진 인레이이지만, 그래도 외부에서 제작한 인레이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강합니다. 마모가 좀 진행되긴 하였으나 버텨주는 모습입니다.
- 3번 치아 — 무른 레진으로 치료가 되긴 했지만, 치료 영역이 굉장히 작아서 위의 치아와 닿는 면이 이미 법랑질로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 치아는 마모가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6. 치아균열증후군의 치료 방법
균열 치아라고 하면 "신경치료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많이들 물으십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균열이 신경까지 번져 신경이 상해 있다면 신경치료가 먼저지만, 이 환자분은 씹을 때 통증 외에 신경 손상을 의심할 소견이 없어 신경이 살아 있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치료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금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치아 전체를 단단한 지붕으로 감싸는 것 — 즉 크라운입니다. 크라운이 씹는 힘을 치아 전체로 분산시켜, 금을 벌리던 쐐기 효과 자체를 없애줍니다. 기존 레진을 걷어내고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제작했습니다.

일주일 뒤, 증상 없이 잘 지내셨다는 확인을 하고는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영구 접착했습니다. 좋은 크라운은 높이가 잘 맞는 것을 넘어, 바로 인접 치아와의 컨택 관계도 아주 긴밀하게 해서 음식물이 끼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신경치료 없이, 신경이 살아 있는 그대로 크라운까지. 첫 내원에 전악 치석제거도 함께 진행해 관리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금 간 치아는 무조건 신경치료를 해야 하나요?
레진으로 때우면 안 좋다는 뜻인가요?
씹을 때만 찌릿한 증상, 참고 지내도 될까요?
이 사례의 결과가 모든 분께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균열의 깊이와 방향, 신경 상태, 남은 치아량, 씹는 습관에 따라 치료 방법과 결과가 달라집니다. 크라운으로 감싼 뒤에도 균열이 이미 신경까지 진행되어 있었다면 이후 신경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뿌리 쪽으로 갈라진 경우에는 치아를 보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진료 방법은 정밀 진단 후 환자분과 상의해 정하며, 개인차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씹으면 찌릿하다" — 이 신호를 참고 넘기면 금은 점점 깊어지고, 신경치료를 넘어 발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호가 왔을 때 확인받아 보세요. 치아균열 증후군 이야기와 어금니 크라운 치료 이야기도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관련 의학 정보는 대한치과보존학회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언제나, 신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강서구 치과 꿈꾸는 쏙쏙 치과의사 박상억이었습니다.